[한달 자기발견] Day+21 당신의 일 또는 삶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던 순간은 어제인가요? (21/30)

2021. 2. 21. 17:29나의 기록들/한달 자기발견

Day+21 당신의 일 또는 삶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던 순간은 어제인가요?

 내 삶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던 순간을 한 가지 꼽자면 취업을 했던 순간이다. 공대에서 자원과 환경에 대해서 공부를 해왔던 나는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전공에 흥미가 없었다. 때문에 대학을 다니던 내내 '전공을 벗어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동기들이 전공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나는 배우를 꿈꾸며 연기를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 3학년 때 승무원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것뿐만 아니라 야근과 회식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 승무원에 대한 호기심은 3학년을 막 끝마치고 떠난 한달짜리 해외연수에서 꿈으로 굳어지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중동국가 '오만'에서의 한 달은 더 많은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했다. 처음 만나는 중동 사람들 사이에서 내향적이었던 내가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을 줄이야.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 드디어 대학교에서의 마지막 학년을 보내게 되었는데, 취업을 앞둔 학년인만큼 학교에서는 취업에 관련된 과목들을 필수적으로 수강하게 만들어 놓았었다. 과목명이 '커리어 개발'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공 교수님들과 진로에 관련해 개별적인 면담도 하고, 학생들 앞에 나가 한명씩 진로에 대한 자신의 방향에 대해 발표도 하는 그런 수업이었다. 매 수업시간마다 정해진 인원이 나와서 발표를 하는 식이었는데 정말 내 앞에 그 어떤 한 명도 전공말고 다른 길을 택하겠다는 학생이 없었다. 나는 이미 전공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었고, 승무원이 되겠다는 마음 뿐이었기 때문에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저는 전공과 맞지 않습니다. 항공사에 취업해 승무원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해버렸다. 그때는 정말 승무원이 되겠다는 생각이 너무 확고했기 때문에 감히 교수님 앞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한 이상 나는 반드시 승무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해 첫 번째로 뜬 항공사 공채에서 바로 합격을 하게 되었다.

 

 4년 후, 지금의 나는 저때의 내가 왜 이렇게 낯설까?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기 바쁜 지금의 나와는 달리 저때의 나는 뭐가 그렇게 확신에 찼던 걸까?

 저때의 나는 스스로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추진력으로 '공표하기'라는 디렉팅을 했다. 사람들 앞에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한 이후로 정말 최선을 다했다. 짠돌이였던 내가 모았던 장학금으로 비싼 영어발음 훈련도 받으러 다녔고, 일주일에 7일을 서울에 올라가 하루에 면접스터디를 두 탕씩 뛰었다. 과연 저때의 내가 교수님 눈 밖에 나는 게 두렵고 친구들 앞에서 튀는 게 싫어서 그냥 전공을 살리겠다고 했다면 이렇게 노력할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내가 저때의 나보다 더 나아지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를 디렉팅하지 못하는 이유는 너무 아는게 많아져서 인 것 같다. 그때는 뭐가 더 좋은 직업인지 비교하지 않았고,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일 밖에 안보였다면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재고 있다. 이 일은 노력에 비해 돈이 너무 안될 것 같고, 저 일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조금 우스울 것 같다는 등 너무 생각하는게 많다. 돈의 중요성을 너무나 알아버렸고, 후회없이 제대로 골라야한다는 생각때문에 뭔가를 선뜻 시작하기도 두렵고, 시작해도 계속 의심이 가서 꾸준히 할 수가 없다. 

 과거의 나를 보며 지금의 내가 반성을 한다. 수많은 정보와 비교 속에서 정말 나다운 것을 찾아 4년 전의 나처럼 스스로를 확신하며 디렉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