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자기발견] Day+8 당신 안에 공존하는 모순된 성향 또는 욕망은 무엇인가요? (8/30)

2021. 2. 8. 13:35나의 기록들/한달 자기발견

Day+8 당신 안에 공존하는 모순된 성향 또는 욕망은 무엇인가요?

 내가 살면서 많이 듣었던 말들.

"형은 눈치 안 보면서 할 말 다하잖아."

"냉정하고 시크해."

"진짜 정 없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고, 내가 이렇게 보일 수밖에 없이 행동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고 좋지만 나 혼자 있는 시간을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먼저 연락해서 약속을 잡는다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향적이라고 해서 소심한 건 아니다. 내향적이기 때문에 나는 내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거나 억울한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내 성격이 세다던가 다가가기 어렵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넘어서 나를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 '걔 좀 까칠해도 나쁜 애는 아니야. 나름 착해.' 나를 일정기간 겪어본 사람들은 결국 내가 <못된 척하는 바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내가 피해받는 걸 싫어하는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이 나로 인해 피해받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처음엔 '쟤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다가도 별거 아닌 거짓말로 넘어가면 될 일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던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한번 더 넘어가면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한 내가 있다. 냉정하고 담담하게 독설을 하다가도 영화관에 가면 반 이상은 울고 나온다. 혼자 침대에서 휴대폰으로 슬프고 감동적인 영상을 보면서 울컥하는 건 매일같이 있는 일상이다. 또 그림을 잘 그리고 싶은 나와 지금 시작해서 되겠냐는 내가 하루 걸러 충돌하고, 동영상 자막에 쓸 폰트 하나 고르는데도 굉장히 신중하다.

 

 이렇게 냉정하지만 여리고, 시크하지만 섬세한 나는 도대체 정체가 뭘까? 그냥 둘 다 나다. 섞일 수 없는 성격 같지만 어느 한쪽이 있기 때문에 반대쪽도 가능한 것 같다. 섬세하고 예민한 나를 지키기 위해 냉정해지고 시크해진 것 같다고나 할까? 사실 모순적인 성향 때문에 크게 고민을 했다거나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외향적이고 인맥을 잘 쌓는 친구들이 부러운 순간은 있지만 나는 나랑 놀 때 가장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결국 나도 어느 정도는 자신을 드러내고 살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다. 온라인을 통해 내가 드러내고 싶은 만큼만 드러내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만큼은 누구보다 여리고 섬세한 나로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이런 활동에 참여하고 매일 같이 글을 쓰는 게 아닐까?